2026년 세번째 기록
- Jul 29
- 4 min read

안녕하세요 동역자 여러분,
지난 소식지에서 이번 주 토요일 중동으로 떠난다고 인사드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주간의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 네덜란드로 돌아왔습니다. 먼저 저희 팀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떠나기 전 다엘이가 처음으로 엄마와 2주간 떨어지게 되어 기도를 부탁드렸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엄마를 찾지 않고 씩씩하게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 주어 참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이번에 저는 로테르담 사랑의교회와 화란한인교회 청년들과 한 팀이 되어 2년 만에 다시 E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수단 난민 교회에서 함께 예배하고, 시리아 난민 가정을 찾아가고, 거리의 아이들과 아직 예수님을 모르는 이웃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여정은 저에게 참 특별했습니다. 곧 중동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네덜란드에 더 남기로 한 뒤, 처음으로 다시 밟은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가 도착해 창밖을 내다보는데, 벌써부터 눈물이 났습니다. 복합적인 감정이었습니다. 내가 이곳을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과, 그리워하던 이 땅에 사랑하는 청년들과 함께 왔다는 기쁨이 함께 있었습니다.
지난 소식지에서, 하나님이 분명히 말씀하실 때까지 네덜란드에 남기로 했다고, 그러나 왜 남는지는 아직 다 알지 못한 채로 남는 것이라고 나누었는데, 이번 여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그 물음에 대한 응답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가서 보니, 저는 이 땅과 이곳의 민족들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8년을 기다린 마음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 땅에 서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예상하지 못한 다른 마음 하나를 제 안에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심겨진 새로운 갈망
선교 기간 동안 저는 새벽에 자주 깼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눈이 떠지면 조용히 청년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분주한 하루 가운데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기도하고 싶은 갈망이 제 안에 크게 일었습니다. 선교 여정 초기에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 대해 주신 기도제목이 있었는데, 그 기도제목을 가지고 한 사람씩 기도할 때마다 그들을 향한 사랑이 제 안에서 자랐습니다. 이 청년들이 각자의 씨름 끝에 하나님이 그들 앞에 놓으신 도전들을 해 나갈 때면 제 일처럼 기뻤고,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씨름하며 괴로워할 때면 제 일처럼 아팠습니다. 제 힘으로 하는 인간적인 사랑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 안에 부어진,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함께 일어나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예배했고, 여러 사역을 통해 난민들과 고아들, 그 땅에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을 섬겼습니다. 함께 웃고, 울고, 삶의 모든 면을 나누는 그런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저녁, 한 형제가 무슬림 가정 방문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알 수 없는 무거움과 내면의 혼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만큼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 있다고 여겼던 형제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자신이 안다고 여겼던 복음과 하나님께서 자기 삶에 행하신 일들까지 진짜인가 하는 의심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람의 위로로 이 흔들림이 지나갈 수 없음을 알았기에, 저는 그 형제에게 하나님 앞에서 씨름할 것을 권면했습니다. 나의 믿음이 진짜인지, 나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지, 하나님은 나에게 누구신지. 아마 제가 다 알 수 없는 많은 질문과 혼란스러운 마음이 있었겠지요. 그 형제가 홀로 방에 들어가 찬양하며 하나님 앞에 나아갔을 때, 나머지 팀원들은 거실에 함께 모여 그 형제를 위해 중보하며 찬양했습니다.
삼십 분, 한 시간, 한 시간 반이 지나도 형제는 나올 기미가 없었고, 그나마 들리던 찬양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시간을 지나며, 하나님께서 그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지니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 형제가 겪고 있던 아픔이 느껴져 안타까웠습니다.
이 흔들림은 그 형제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팀으로 모인 열한 명 모두를, 하나님께서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흔드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면, 우리를 익숙한 자리에서 이 낯선 곳까지 불러내셔서,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으로부터 오지 않은 가치와 우상과 죄를 뒤흔들어 꺼내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날 밤,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그 형제의 마음 문이 열렸습니다. 공동체 앞에 자신의 연약함과 아픔을 꺼내어 놓았고, 팀은 한마음으로 서로를 위해 중보하며 새벽까지 찬양과 기도를 이어 갔습니다.
청년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기도하면서, 제 마음에 부어지는 하나님의 마음이 절실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도하는 가운데 제 마음에 한 가지 갈망이 생겼습니다. 그 갈망이 저도 모르는 사이 기도가 되어 입 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
“하나님, 제가 네덜란드 땅에서 보낼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이 청년들과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일을, 이 청년들을 깨우는 일을 더 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소식지에서 한 멘토님의 말씀을 나누었지요. 하나님이 농부시라면 우리는 그분의 씨앗이고, 씨앗의 역할은 심긴 자리에서 열매 맺는 것이라고. 이미 열매가 맺히는 이 땅에서 왜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 하느냐고 물으셨을 때 마음이 찔렸다고요. 이번 여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남은 기간 동안 이 땅에서 제가 맺기를 원하시는 그 열매가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이 땅에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있는 동안은 이 한국인 디아스포라 다음 세대를 깨우는 일에 헌신해 보고자 합니다. YWAM에서 만난 우리 DTS 학생들도 참 귀하고 사랑스러웠지만, 이번 선교 여정이 저에게 참 특별했던 이유는, 이 청년들을 보며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부모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가 됩니다. 네덜란드에서 YWAM 사역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또 다른 문을 여실지 계속 분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여정을 통해 한 가지 확인한 것은, 한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에 조금 더 힘을 실어야겠다는 것입니다.
남으라 하신 자리에서
이 땅에 남기로 결정한 뒤 단기선교를 떠나게 되었는데, E국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이곳에 머물 수 있게 해 준 종교 비자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민혁이 신학 공부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자유대학교(VU) 리서치 마스터 과정에 지원해 두었는데, 그 길이 지금으로서는 저희가 이 땅에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공부는 원래 내년쯤 시작할 생각으로 마음에 두고 있던 것인데, 이번 비자 문제로 그 시기가 올해로 갑작스럽게 앞당겨졌습니다. 저희가 계획한 때는 아니었지만, 지금 열리는 이 길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여기고 순응하며 따라가려 합니다.
계획보다 학업이 일찍 시작되면서 적지 않은 학비 부담이 생겼고, 비자 상황이 바뀌며 현재 머물고 있는 YWAM 간사 아파트에서의 거주도 불확실해졌습니다. 여러모로 예상치 못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님께서 정말 저희 가정이 네덜란드 땅에 더 남기를 원하신다면 남을 수 있는 길도 여시리라 믿고, 힘이 닿는 데까지 순종하며 나아가려 합니다.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하나님께서 저희를 붙드시리라 믿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기도로, 또 재정으로 저희 가정과 사역을 함께 짊어져 주시는 동역자 여러분, 이번 여정에서 제가 받은 이 마음도 여러분의 동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선교는 하나님과 깨어진 인간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일에 기도로, 재정으로 동참해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선 자리마다 주님의 평안이 머물기를, 저도 이곳에서 기도하겠습니다.




Comments